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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리학자의 투자 실패 극복법..."투자 실패? 감정충동과 반대로 행동하라!"
    재테크 2023. 3. 31. 06:57

    단맛과 쓴맛이 수없이 오가는 투자 시장에서 혼란한 내 감정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 <심리학자가 투자 실패로 한강 가기 직전 깨달은 손실로부터의 자유> 저자 김형준 씨는 비로소 거대 손실의 늪에서 벗어났다. 원금을 되찾았다는 게 아니라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정신력을 찾았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가상화폐든, 둘만 모이면 당연하듯 투자 이야기를 나눈다. 며칠 만에 수억 원의 수익을 올려 ‘경제적 자유’를 얻고 사표를 던지는 지인들도 생겨났다. 몇 년 전까진 ‘소확행’을 외쳐대더니 ‘가즈아’로 대동단결되고 있었다. 심리적 빈곤을 느꼈다. 남들 다 한다는 투자를 손놓고 있다간 벼락거지가 될 것 같은, 일종의 압박감에 떠밀렸다. 김형준 씨는 2021년 3월 코인을 처음 샀다.

    일주일 만에 수익률 20%를 올렸다. 시장이 주춤하기 시작한 첫날, 앞으로 벌어질 지옥을 예상하지 못했다. 물타기를 해도 무섭게 하락하는 시세를 보며 뭔가 잘못돼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해 4월 수년간 모아둔 종잣돈이 반토막 났다. 나머지마저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손절을 택했다. 아내가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손실의 공포에서 벗어나니 상실감이 찾아왔다. 돈만 없어진 줄 알았더니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것 같았다.

    “나는 침대에 누워 한 발자국도 움직이고 싶지 않은데 세상은 흘러가더라고요. 당장 한강에라도 달려가 죽고 싶은 마음인데 딸은 자전거를 타러 나가자고 성화였고, 오후에는 자살예방 교육이 약속돼 있었어요.”

    형준 씨는 임상심리 전문가다. 기업 임직원의 정신건강 증진 및 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정작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건 쉽지 않았다. 가족들에게 ‘투자 실패자’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코인 투자를 재개했다. 꼬꾸라진 자존심 회복은커녕 별반 달라지지 않는 시장 상황에 또 조금씩 손절하고 다시 투자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아내를 안심시킬 목적의 거짓말까지 고민했다.

    “그때 알았어요. 아, 내가 중독자가 되어가고 있구나. <어쩌다 도박>이라는 책을 보면 중독자들이 가장 잘하는 게 거짓말이래요. 처음부터 그럴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가족을 속이게 되고, 속인 사실을 숨기기 위해 또 거짓말을 해요. 어떻게 가족을 속이면서 도박을 할 수 있을까 했었는데 제가 그러려고 했던 거죠.”

     

    실패 후 찾아드는 수치심, 죄책감

    투자 실패는 단순히 돈을 잃어버리는 것을 넘어, 손실의 늪에서 감정을 잃은 그때부터 ‘진짜 손실’이 시작된다고 했다.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불안, 공포, 분노, 수치심, 죄책감, 슬픔으로 이어지는 소용돌이 속에서 슬픔까지 경험하고 나면 삶이 다시 보인다.

    “감정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에요. 긍정적, 부정적 감정은 인간이 나눠놓은 거예요. 감정은 궁극적으로 생존에 필요한 존재예요. ‘빨간불이 켜지면 멈춰라’와 같이 행동의 지침이 되는 신호 같은 거죠. 감정의 이런 순기능적인 역할이 있기 때문에 각 감정이 주는 메시지를 들여다보는 게 중요해요. ‘내가 지금 왜 불안할까, 그 대상은 무엇일까, 불안한 상상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내 삶이 변할까’. 나중에는 결국 ‘내가 그렇게 불안해 할 일이 아니었네’라고 될 수 있어요.”

    투자 실패로 드는 수치심을 회피하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단행하는 경우도 많다. 이 행위가 더 큰 수치심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니 문제다. 수치심에서 벗어나는 한 가지 방법은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이다. 대부분은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순간 그 강도가 약해진다. 그 감정을 왜 느끼게 되었는지,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말로 표현하면서 자연스럽게 통제력을 얻는 방식이다.

    “감정의 근원을 찾기 위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아요. 나를 정말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에게 털어놓는 것. ‘건강한 자기 노출’이라고도 해요.”

    수치심에 이어 실패자들을 흔들어대는 감정은 자책이다. 자신의 실패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사실에 대한 미안함이다.

    “본인 잘못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는 게 수치스런 일은 아니에요. 그런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실수와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어요. 수치심과 죄책감을 견딤으로써 자신이 초래한 타인의 상처와 아픔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를 배우게 돼요.”

    형준 씨는 내게 찾아온 감정을 인정하되 감정적 충동과 반대로 행동할 것을 조언했다. 시세창을 확인하던 휴대폰과 컴퓨터를 박살낸다든지 자해를 한다든지, 이는 감정적 충동에 따른 행동이다. 충동과 반대로 행동하기 위해선 느끼고 있는 감정을 먼저 글로 써보는 것이 좋다. 다음은 반대되는 행동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가령 수치심 때문에 사람들을 피하고 싶다면 정반대로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분노가 든다면 소리 지르기와 반대로 심호흡하거나 스트레칭을 해 긴장을 떨어뜨려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하는데도 손실의 기억은 아무 때나 찾아온다. 트라우마의 특징 중 하나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의도와 관계없이 떠오르는 ‘침습적 반추’다. 형준 씨는 떠오른 생각이 모두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재생목록을 추천한다고 해서 모두 재생할 필요는 없는 것과 같다. 현실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다. 누군가와 대화 중이었다면 그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면 되고, 혼자라면 눈앞에 놓인 사물의 모양과 색상에 집중하면 된다. 사람은 한 번에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형준 씨가 이전에 가진 삶의 신념은 손실 이후 무너져내렸다. 대신 그 자리에 새로운 삶의 가치관이 더해지고 있다. 이렇게 심리적 외상을 극복하며 긍정적 변화를 경험하는 것을 ‘외상 후 성장’이라고 한다.

    “심리적 외상의 치료 기법 중에 ‘디브리핑’이라고 있어요. 경험한 사건에 대한 생각들을 나열해보면서, 그것이 내게 어떤 의미였고 이후 삶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정리하는 거예요. 저는 책을 쓰면서 셀프 디브리핑을 했던 것 같아요. 제 손실은 종결됐어요. 아주 먼 길을 돌아온 기분이지만 시간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보다 다시 내 삶을 찾았다는 안도감이 더 커요. 손실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과정이었어요. 부디 손실의 강을 건너 삶의 다른 단면에 닿길 바랍니다.”

    출처 : 여성조선(http://wo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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